/ 성산칼럼

[장진희] 4.16.

작성자
성산기획
작성일
2022-09-25 22:21
조회
32
장진희(전남 곡성군 죽곡면)

 

그날 이후 사는 게 무서워졌어

처음에는 이게 뭔 일이지 했지

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

점점 가슴이 쫄아들고 있을 때

장터에서 미역을 팔고 있을 때

사람들이 세월호 아이들 이야기를 했어

그날 손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창문틀을 뜯어내려다 물속에 잠기는 아이들이 내 속으로 들어온 날

그 거대한 공포가 덮쳤어

장사는커녕 서 있을 수도 없었어

밥을 먹을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휘청이는 다리를 눕힐 수도 없었어

갑자기 평생 단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

같은 몸 같은 집 같은 인연 속인데

모든 것이 비극이었어

언제라고 인생이 행복뿐이었을까만

그래도 부르던 노래와 풍류와 호기와 넉넉함은 다 쪼그라들어

벌벌 떨었어



오래 그랬어

어디를 헤매 쏘다니는지 넋이 없다가

강가에 앉아 꺼이꺼이 울었어

온 세포가 무너져내리는데

세상에!

몸이 살려고 하는 거야

그 무서운 놈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세포 같은 것이 말갛게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지는 거야

내 몸 또한 하나의 생명인지라 저도 살자고 하는구나

살자 울었어



진도에 갔더니

배 가진 사람들이 그랬어

아이들 인양하러 바다에 들어갔는데

창문틀 붙잡은 손가락이 어찌나 꽉 붙어 있는지 뗄 수가 없었다고

아무리 힘을 써도 안 돼서 그랬대

애야 엄마가 기다린다 집에 가자

그러니까 손을 놓더래

그렇게 데리고 나왔대



제주도로 건너가 신당마다 찾아다니며

빌고 또 빌었어

아이들아 용서해라

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

원혼이 되지는 말자

고운 아이들아



내 새끼가 아니라도 이리 죽겠는데

에미들 애비들

죽을 만큼 힘들어도

그대 또한 한 생명

바닥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소리를 붙잡게 되기를!



그리하여

우리 아이들과 죽음에서 일어서는 에미 애비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

부디 이 원한의 세상을 풀어나갈 수 있기를!



아이들을 수장시킨 년놈들을 끌어내리던 날

그 배를 바다에서 끌어올렸지

건져진 넋은

목포 신항 부두에 매어 있는데

살아남은 이들은 아직도 씻김굿을 다하지 못하는구나

처참한 몰골로 녹슨 배

세상 이마 한가운데

뜬 눈으로 박혀 있는

저 배



지구 끝까지 고운 세상 될 때까지

잊을 수 없는

아이들아

아이들아

우리 고운 아이들아